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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94,700원, 257권 펀딩 / 목표 금액 2,000,000원
<학교 가는 길>으로 출간되었습니다. 
  • 2022-08-01에 목표 금액을 달성했습니다.

* 본 북펀드는 출판사 요청에 따라 출판사 주관하에 진행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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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지나가다가 때리시면 맞겠습니다.
그런데 학교는… 학교는, 절대로 포기할 수 없습니다.”

17년간의 소외와 편견, 차별의 아픔을 딛고 마침내 지어 올린 ‘기적의 학교’


삶의 질을 결정하는 척도가 ‘거리’로 판단된 지 얼마나 되었을까. 학세권, 초품아, 역세권, 슬세권 등의 단어가 더는 새롭지 않은 요즘이다. 좀 더 쉽고 빠르고 안전하게 목적지에 갈 수 있다면 이는 ‘윤택한 삶’이 보장되는 조건으로 여겨진다. 목적에 보다 가까이 다다르고자 우리 삶의 반경은 촘촘히 밀집해져 가고, 그만큼 서로 간의 갈등과 충돌이 많아지며, 이해와 배려의 범위가 확연히 줄어든다. 살기 바빠서, 일하기 힘들어서, ‘현생’이 만만치 않다는 이유로.

그렇다면 이건 어떠할까, 하루 왕복 2~4시간 거리의 등하굣길. 새벽 6시에 일어나 눈 비비고 시작하는 등교 준비. 집에서 거리가 얼마큼 되는지 알지도 못한 채 멀리 가닿는 학교……. 그러한 상황을 두고, 삶의 반경이 넓어진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는 그야말로 ‘일상의 영역’ 자체가 부재하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아이가 갈 수 있는 학교가 주변에 없다는 것. 다른 사람들 눈에 ‘멀쩡해 보이지 않는다’라는 이유로 곳곳에서 배척당하고 외면당하는 것. 그러한 삶의 질은 어떤 척도로 판단할 수 있을까. 아니, 누가 감히 판단할 수나 있을까.

‘최단 거리’가 삶의 실리적 효율을 뜻하는 세상에서, 어떤 이들의 갈망은 효율이나 효용 가치가 아니라 그저 ‘삶의 필요’로부터 비롯된다. 남들처럼, 그러니까 비장애인처럼은 아니더라도 아이가 다닐 수 있는 학교가 있기를 바라는 마음. ‘갈 수만 있다면’ 우리 아이들이 다닐 학교가 좀 더 필요하다는 갈망. 지난 2017년, 발달장애인 부모들이 무릎을 꿇었던 이유도 그러했다. 발달장애인 부모들은 당시 강서지역 공립 특수학교 신설 2차 주민토론회 현장에서 학교 설립을 호소하며 무릎을 꿇었다. 어떤 이들은 이 또한 이기적 행동이라고 했지만 과연 그러했을까. 당시 현장에 있던 학부모들의 자녀 대부분은 이미 많이 자란 뒤였다. 당시 서울 시내에 특수학교가 개교한 건 10년도 전의 일이었으며 서울 외 지역들은 사정이 더욱더 열악했다. 내 아이만이 아닌 우리 아이들을 위해, 이곳에 있지만, 없는 채로 살아가는 이들을 위해, 그들은 무릎 꿇고 간절함을 전했던 것이다.

17년의 힘겨운 투쟁과 기나긴 기다림 끝에 2020년, 강서지역 공립 특수학교 ‘서진학교’가 개교하여 아이들을 맞이했다. 다큐멘터리 <학교 가는 길>은 ‘서진학교’가 설립되는 과정을 보여 주며 장애인부모회 어머니들의 단단한 용기, 좌절과 성취의 순간들을 가감 없이 담아낸 5년간의 기록이다. 어머니들 곁에서, 어머니들과 함께, 김정인 감독은 무수한 갈등과 충돌을 마주했고 단순히 선과 악으로만 나눌 수 없는 여러 입장 사이의 거리를 파고들었다. 서진학교가 지어지고 다큐멘터리가 세상에 나오기까지, 뷰파인더 안팎을 오가며 감독이 바라본 우리 사회는 어떠했을까. 2022년 가을, 다큐멘터리가 끝난 뒤 비로소 시작된 오래된 여정을 써 내려간 단행본 『학교 가는 길』을 독자 여러분에게 선보인다.

다큐멘터리가 끝난 뒤,
그 길 위에서 비로소 시작된 아주 오래된 여정을 써 내려간 책 『학교 가는 길』

“오늘도 사람을 향해, 세상을 향해, 이야기를 건네겠습니다.
함께 가자고. 우리 함께, 살아가자고.”


시작은 사실 단순했다. 여느 날과 다름없이 김정인 감독은 휴대폰으로 뉴스를 서칭하고 별생각 없이 검색어를 들여다보던 참이었다. 그러다 문득, 짧은 기사를 통해 장애학생 부모들의 사연을 접했고 이상하리만치 인상적으로 각인되었다. 평소 장애에 대해 잘 아는 것도 없었고 남달리 관심이 많지도 않았는데 감독에게는 살면서 처음 느껴지는 기분이었다. 그들, 현장에 있는 발달장애인 부모들의 안부를 묻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진의 충격적 이미지 때문이었을까, 미안한 마음이 들어서였을까, 가까스로 전하고 싶은 연민과 연대의 감정이었을까. 감독은, 한 아이의 아빠로서 그저 부끄러웠다.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은 적어도…… 적어도 지금보다는 단 한 뼘이라도 나아지길 바라는’ 마음이 들었다. 그는 무작정 어머니들을 만나러 갔고 그 길이, 『학교 가는 길』의 시작이 되었다.

눈앞의 고통 앞에 누구도 3인칭 시점이 될 수는 없을 것이다. 김정인 감독 또한 마찬가지다. 그는 우리 사회의 민낯을 날카롭게 포착하지만 동시에 그럴 수밖에 없는 현실에 대한 부분도 놓치지 않는다. 지금 이곳에 놓인 삶의 여러 가지 형태를 살피며 편견과 차별은 어디에서부터 비롯된 것인지, 더 나은 세상을 살아갈 수 있는 방향은 무엇인지. 나와 너의 차이가 ‘다름’으로 이해되고 존중받는 세상은 대체 어떻게 만들 수 있을지…… 감독은 ‘관찰하는 자’와 ‘참여하는 자’ 사이의 거리를 끊임없이 고민하고, 무관심에서 관심으로, 관심에서 연대로 한 발 한 발 걸어 나간 내면의 고백도 진솔히 책에 털어놓는다. 또한 책 작업에 함께한 발달장애인 부모 7인은 아이와 같이, 아이를 위해, 아이 곁에서 살아 낸 지난날들을 회고하며 지금 이곳에 살아가는 우리 아이들에게 못다 한 마음을 전한다. 덤덤히 들려오기에 더욱 먹먹한 발달장애인 부모들의 목소리는, 그것이야말로 삶이라는 ‘투쟁’의 기록이자 ‘생존’의 애절한 역사이며 희망임을 느끼게 한다.

2022년, 점점 더 다양한 방식으로 나빠지는 현실 앞에서 감독과 어머니들은 오늘도 걸음을 멈추지 않는다. 기적은 결코 우연히 오지 않음을 증명해 낸 어머니들 곁에서, 감독은 함께 고민하고 탐구하고 있다. 타인의 고통을 무심코 지나치지 못하는 책임의 무게를 익히 알고, ‘모두가 연결되는 삶의 가능성’을 누구보다 갈망하는 까닭이다. 어쩌면 이들에겐 이전보다 더 힘들고 고된 길이 펼쳐질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앞으로 나아가야 할 길의 풍경을 우리 같이 그려 보면 어떨까. 가깝고도 먼 그 거리의 척도는 저마다 마음에 달려 있을 것이기에 감독과 어머니들은 한 번 더 손을 내민다. 함께 가자고. 우리 함께, 살아가자고.



카드뉴스












편집자의 말

아이가 어릴 적부터, 우리는 동네 산책을 즐기곤 했습니다. 동네는 이제 막 심어진 연약한 나무들이 줄지어 있고 갓 정비된 도로가 말끔했으며 곳곳에 크고 작은 공원이 마련되어 있었습니다. 주변 어디를 보아도 안전하고 쾌적한 ‘신도시 특유의’ 분위기로 구획된 풍경이었지요. 아이에게 유해한 것이 드문 환경이라는 점에서, 저는 종종 제 자신의 어린 시절을 견주어 떠올렸고 그럴 때마다 ‘이 정도면, 제법 괜찮게 살아가는 거 아닌가’ 싶기도 했습니다.
우리가 즐겨 걷는 산책 코스 중 하나에는 학교가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봄과 여름 사이에는 장미가 예쁘게 피어 담장을 두르고, 흙이나 모래 아닌 인조잔디로 운동장이 조성된 곳이었어요. 여러 대의 셔틀버스도 있어 한눈에 보기에도 괜찮은 학교로 느껴졌는데 아이도 마찬가지였나 봅니다. 서너 살 무렵 아이는 학교를 빼꼼 들여다보며 “와, 여기 이뿌다!” 외쳤고 다섯 살쯤 되어서는 “나중에 나 여기 다닐래!” 말하기도 했습니다. 그랬던 아이가 초등학교 입학이 다가올 무렵, 문득 궁금하다는 듯 제게 물었습니다.
“근데 여기 학교는 왜 애들이 없어? 다니는 애들을 한 번도 못 봤어.”

그러게… 우리는 지난 몇 년간 낮이고 밤이고 이 길을 걸었는데, 왜 특수학교 학생들을 단 한 번도 마주치지 못했던 걸까. 아이에게 뭐라 답했는지 지금도 자신할 수 없습니다. “저기 저 셔틀버스를 타고 다니느라 그런가?” “수업이 끝난 시간이려나?” 일단 대강 이야기했던 것 같습니다. 아이가 쏘아올린 질문은 꼬리를 물고 이어져 제 머릿속을 가득 채우고 있었거든요. 아이보다 더 오래 그 길을 걸었던 나는, 왜 이를 제대로 생각하지 않았을까. ‘이 정도면, 제법 괜찮게’ 살아간다고 여긴 마음이야말로 자만 아니었을까. ‘유해한 것이 드문 환경’은 대체 어떠한 조건에서 비롯했을까.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궁금해하는 아이의 마음은 당연하고 마땅했습니다. 세상의 많은 존재를 들여다보고 궁금해하며 아이들은 자라니까요. 저도 그러한 시절을 지났을 텐데 어쩌다, 언젠가부터. 눈에 보이지 않으면 ‘굳이’ ‘그것까지’ 궁금해하지 않아도 된다는 듯 살아간 걸까요. 아니, 눈에 보이지 않는 게 미래 가치를 담보한다면 그것은 또 다른 이야기가 되려나요. 눈앞에 없어도 훗날 분명히 ‘얻을 수 있는 대가여야’ 여기에 실재할 수 있는 것들. 직접적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 어떠한 식으로든 끝내 ‘쓸모’가 없어지는 세상. 많은 존재를 들여다보고 궁금해하던 마음은 ‘오직 내 삶의 안위’만 챙기기에도 살기 힘들다는 현실 앞에 그대로 사라진 걸까요. 나와 다르고, 나를 좀 불편하게 하고, 내 일상을 번거롭게 만드는 요소들을 ‘유해하다’고 멀찍이 밀어낸 게 아닐지. 그러한 마음으로 세상을 살아가는 태도야말로 유해하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어느덧 초등 중학년에 이른 아이는 더는 그 학교를 지나가도 궁금한 것을 묻지 않습니다. 사실 아이는 많은 것에 점점 질문이 줄어드는 중입니다. 쉬지 않고 질문을 쏘아대던 어린 시절을 지나 이제 아이는 입을 조그맣게 오므리고, 걸어가는 길목 곳곳을 홀로 바라보는 시간이 늘었습니다. 아이는 어떠한 풍경을 그려 가고 있을까. 무슨 생각을 할까.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을 계속 궁금해하고 있을까. 그런 날에는 괜스레 마음이 쓰입니다.
“지금 이곳에는 학생들이 있어. 분명 있는데, 왜 있어도 없는 듯 보이지 않을까?” “네 또래일 수 있는 그들은 어떻게 살아갈까?” “아직 만난 적은 없지만, 세상엔 생각보다 훨씬 다양한 이들이 있는 걸 아니?” “언젠가 만나게 될지 모르는데, 서로 사이좋게 지낼 수 있다면 좋겠지?” 하나둘 질문이 많아지는 저는 아이와, 독자 여러분과 좀 더 걸어 보고 싶습니다. 조건을 두지 않고, 굳이 미리 차단하지 않고, 다양한 세상의 길목들을 걷고 싶어 다시 마음이 바빠집니다.
우리는 같은 길을 걷지만, 각자의 세계를 비추는 세상을 바라볼 테지요. 개별의 세계가 유연하게 연결되고 서로 함께 어우러진다면, 분명 이 사회는 어제보다 나은 방향을 가리키지 않을까요. 부끄러움을 딛고 나아가는 제 걸음이, 독자 여러분에게 조금이나마 가까이 가닿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책을 전합니다. 이것은 ‘그들’의 이야기가 아닌 ‘우리들’의 일부이자… 우리 모두의 이야기입니다.

- 편집자 이혜재

차례

프롤로그

1장 시작하는 마음
첫걸음 / 그때 그 마음 / 첫 촬영
-기록하는 목소리(1) 우리가 무릎 꿇은 이유(장민희)

2장 다가가는 걸음
수소문 / 과일 주스 / 승낙 / 파란 / 출발 준비
-기록하는 목소리(2) 나를 성장케 한 그 시절(정난모)

3장 바라보는 마음
서서히, 가까이 / 일터 / 전우애 / 반격
-기록하는 목소리(3) 지역에서 장애 아이를 키운다는 것(최보영)

4장 사라져 간 걸음
근원 / 공진초, 공진중 아이들 I / 공진초, 공진중 아이들 II / 목격자들 / 허준 선생의 생각
-기록하는 목소리(4) 평생교육이 필요한 이유(조부용)

5장 부딪히는 마음
우리는 오늘도 배우며 성장합니다 / 산 넘어 산 / 동해에서 벌어진 일 / 정치의 존재 이유 / 정기총회 / 지현이의 졸업
-기록하는 목소리(5) 장애인도 세금 내는 시민이 될 수 있기를(이은자)

6장 멀고 먼 걸음
더 나은 통합교육을 꿈꾸며 / 원조 / 미궁 / 동해시 장애인학부모회를 찾아서 / 일당백 / 발달장애인 국가책임제 / 국가의 할 일
-기록하는 목소리(6) 나의 투쟁, 우리의 투쟁(김남연)

7장 마주하는 마음
악몽 / 비구름이 걷히면 / 인터뷰 씬 /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 비장애 형제들 / 막판 진통
-기록하는 목소리(7) 나는 장애인부모연대 활동가입니다(김종옥)

8장 함께 걷는 걸음
등교 / 후반 작업 / 월드 프리미어 / 작전명: 모짜렐라 치즈 / 호사다마

에필로그- 대담: 김정인 감독과 어머니들의 못다 한 이야기

책 속에서

지현이는 매일 아침 6시에 일어난다. 일어나자마자 밥을 먹어야 하는데 보통 이 시간에 일어나면 제아무리 미식가라 한들 식욕이 있을 리 없다. 어렵사리 식탁 위에서 씨름하고 나서는 세수하고 머리 감고 옷을 입어야 한다. 이외에도 이것저것 준비할 게 많다. 시간이 오래 걸리는 일이고 지현이 혼자서는 능숙하게 해내기도 어렵다. 모든 과정을 한 시간 안에 끝내야만 늦지 않고 버스에 오를 수 있기 때문에 엄마와 딸은 이인삼각을 하듯 단짝이 되어, 3년째 전쟁 같은 아침을 보내고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전국의 수많은 이은자와 안지현이 비슷한 모습으로 매일 아침을 맞이할 것이다. 일전에 만난 한 어머니는 시간을 아끼기 위해 전날 밤 미리 자녀에게 양말을 신겨 재운다고 말씀하셨다.

촬영하는 내내 뭔가 ‘초현실적’이란 생각이 떠나질 않았었다. 일치단결한 군중이 분출하는 압도적인 에너지와 그에 대비되는 장애인 부모들의 고군분투, 게다가 강당 천장에서 강렬하게 내리쬐던 조명 빛까지 더해 시공간의 무질서는 서서히 현실 감각을 마비시켰다. 경미한 현기증에 시달리며, 무엇엔가 홀린 듯 간신히 그 시간을 지켜 내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을 정도였다. 오죽하면 지금 목격하는 이 풍경이 차라리 ‘몰래카메라’이길 바랬을까? 그런데 한 가지 이상한 일이 발생했다. 어질어질한 상황이 고조될수록 내 안에 어떤 확고한 의지가 자리하게 된 것이다.

서울 시내에 마지막으로 특수학교가 개교한 지도 벌써 10년이 훌쩍 넘었다. 가장 기본적인 교육이 이러한데 주거, 일자리, 돌봄, 의료지원 등은 말할 것도 없었다. 벼랑 끝에 선 자들에게 남겨진 선택지는 단 하나였다. 교육을 비롯, 전 생애 주기와 맞물린 발달장애인종합대책을 수립하고자 부모들은 교육청으로, 교육부로, 국토부로, 복지부로, 국회로, 시청과 시의회로, 청와대 앞으로, 필요하면 어디든 달려가서 온몸을 던졌다. 삭발도 하고 단식도 하고 삼보일배도 했다. 이렇게 몇 년을 보냈고 그 사이 평범한 엄마들과 아빠들은 거리의 투사가 되어 있었다.

내가 만일 가양동 주민이라면 나는 어느 편에 섰을 것인가? 토론회장 어느 자리에 앉았을 것인가? 작업을 하는 내내 시도 때도 없이 나를 괴롭힌 질문이었다. 아직도 모르겠다. 장애인 부모님들의 절절한 심경에 깊이 공감하는 것과는 별개로, 솔직히 여전히 모르겠다. 우리는 어릴 때부터 줄곧 사람을 편견 없이 대해야 한다고 배웠지만 그게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님을 본능적으로 직감한다. 현실은 냉정하고 나는 이상주의자가 아니다. 그렇지만 명백한 실책 하나, 국가의 성급한 주거정책은 너무 쉽고도 뚜렷하게 계급을 갈라놓았다.

아이들도 떠도는 풍문으로 학교의 미래를, 자신들의 앞날을 예견했을 것이다. 마지막 재학생으로 남는다는 건 어떤 기분일까? 생각해 볼 겨를이나 있었을까? 시간은 그 어떤 사연도 기다려 주지 않는다. 그렇게 공진중학교마저 2020년 3월을 끝으로 문을 닫았다. ‘공진’이라는 두 글자가 가양동에서 영원히 지워지고만 순간이었다. 두 학교의 흥망성쇠는 동네의 운명을 그대로 따랐다. 아니, 어찌 보면 가장 아픈 상처만, 가장 슬픈 사연만 빼곡히 쌓아 둔 것인지도 모르겠다. 대한민국 건국 이래 수많은 학교들이 사라졌어도 이런 이유는 흔치 않았다. 오랜 세월이 흐른 탓에 그때 일을 근심하는 사람도 극소수만 남았다. 더욱 기를 쓰고 ‘공진’을 기억해야 하는 이유다.

인간의 삶은 나면서부터 죽을 때까지 배움의 연속이 아닐까 싶다. 좋든 싫든, 원하든 원치 않든, 교실에서든 교실 밖에서든 우리는 늘 학습하며 보다 성숙하기 위해 노력한다. 요즘처럼 공부할 게 지천으로 널려 있고 접근성마저 극도로 편리한 시대가 또 있을까 싶다. 그런데 늘 그랬듯 사각지대가 있다. 그 한가운데 발달장애인들이 있다. 발달장애인에게 교육은 크게 두 가지 의미가 있는 것 같다. 먼저는 비장애인과 동일한, 새로운 지식이나 경험을 습득하는 것으로의 교육. 두 번째는 사회, 사람들과 교류하고 자극받으며 퇴행을 막거나 늦추는 역할로의 교육. 즉, 생존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상관관계가 있다.

시간이 흐른 지금 돌아보면 언제나 좋은 결과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선언적 구호에 그치거나 기대만큼의 성과에 못 미친 일도 많았다. 특히 서울 중랑구의 특수학교 개교가 2024년으로 연기되고 2022년까지 특수학교를 최소 22교 이상 새로 짓겠다는 교육부의 목표가 무산된 것은 커다란 아쉬움으로 남는다. 그렇다고 섣불리 좌절할 이유는 없다. 희망의 증거 역시 차고 넘치기 때문! 그 사이 최초 목표 대비 60%를 상회하는 특수학교 열네 곳이 개교했고 무려 1700개가 넘는 특수학급이 추가되었다. 이 외에도 여러 장애인 지원 시설과 인력, 예산 등이 늘어났음은 물론이다.

장애를 가지고 있어서 삶이 힘든 것이 아니라 장애인을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편향된 인식이 장애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그들의 삶을 힘들게 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부모 사후에 장애인 자녀의 안녕이 보장되지 않는 지금의 현실에서는 하루하루 시간의 흐름이 공포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이런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수없이 고민하던 중 학교에서도 직장에서도 지역사회에서도 계속해서 자연스럽게 발달장애인을 만난다면 처음에는 낯선 존재일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익숙해지고 친밀해지며 마침내 우리의 평범한 이웃으로 받아들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들이 우리 아이들을 위험한 장애인이 아닌 이웃으로 인식해야 지역사회에서 평범한 삶을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저자 소개

김정인
맛과 멋의 고장 전라북도 전주에서 나고 자랐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방송영상과 예술사 ․ 전문사 과정을 통해 다큐멘터리를 공부했다. 월드비전에서 6년간 일하며 국제개발협력 및 공적개발원조 관련 (ODA) 정책 업무를 담당하기도 했다. 타고난 것이 마땅치 않은 까닭에 자질을 향한 끊임없는 불안과 의심 속에서 더 나은 이야기꾼이 되기 위해 다만 노력할 따름이다.
그동안 제작한 작품으로 <카바넷을 찾아서> <하늘에 계신> <하늘 연어> <어머니의 땅> <내 사랑 한옥마을> 등이 있다. 제12회 DMZ국제다큐멘터리 영화제 개막작으로 세상에 첫 선을 보인 <학교 가는 길>은 2021년 극장 개봉 다큐멘터리 중 최다 관객을 동원했으며 교육부를 통해 전국 중고등학생들을 위한 장애인식 개선교육 교재로 보급되었다.

도서명: <학교 가는 길>


분류:
국내도서 > 인문 > 인문/교양 > 인문에세이
국내도서 > 사회 정치 > 사회비평/비판 > 인권/사회적소수자 문제
판형: 140*210, 무선
쪽수: 448쪽(예상)
정가: 19,000원
출간예상일: 9월 2일
펴낸 곳: 책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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