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로이 광합성을 하고 뿌리를 내딛고 싶은 만큼 내딛고, 수분과 양분을 원하는 대로 흡수해 꽃을 피우다 사람들 눈에 띈 틈새 식물들. 더 이상 도시살이를 피할 수 없는 식물들에겐 최선의 삶의 형태였을 것이다. 어쩌면 저 먼 열대우림에서 한국으로 옮겨져 건조한 실내에서 햇빛과 물을 충분히 받지 못하며 살아가는 우리 가까이의 실내 분화 식물들이 사실은 더 불행할지도 모를 일이다. 우리는 내 영역 안에서 존재의 행복을 자신하고, 낯설고 먼 존재의 불행을 지레짐작하지만 말이다.
_ 「도시 틈새 식물의 선택」 중에서
내가 어떤 대상을 보고 평소와 다르다고 느끼더라도 우선 나 스스로를 되돌아봐야 한다. 상식 밖의 자연현상을 마주할 때도 마찬가지다. 어쩌면 내 상식이 틀렸거나 대상 식물에 대한 나의 경험 데이터가 부족한 것일 수도 있으니까. 춘추벚나무와 장미가 가을에 꽃을 피운 게 이상해 보인 것은 가을에 꽃 피우는 장미와 벚나무가 존재한다는 것을 몰랐기 때문이다. 기후 위기를 의심하기 이전에 우선 우리의 무심함부터 돌아볼 일이다.
_ 「가을에 핀 벚꽃, 기후 위기 때문일까」 중에서
식물을 관찰하다 보면 물감 팔레트에는 없는, 오차 범위가 촘촘한 다채로운 색들을 만나게 된다. 벌개미취와 층꽃나무, 솔체꽃 그리고 두메부추의 꽃 색을 우리는 결과적으로 보라색이라고 부르지만, 실제로 이들을 마주하면 보라색도 천차만별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식물을 들여다본다는 것은 이 세상에 존재하는 색의 다양성을 깨닫게 되는 일이기도 하다.
_ 「식물로부터 시작된 색 이름」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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